1. 정(情, 공감): 내담자들의 고유한 경험에 함께 하며 공감하기
내담자들의 고유한 경험에 함께 하며 공감할 수 있길 소망합니다.
자신의 경험에 대해 온전히 이해받는 경험은 그 자체로 치유적입니다. 그러기 위해, 전문적이고 중립적인 시각도 중요합니다. 하지만, 그 무엇보다 상대의 경험에 함께 하여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. 상담자 이전에,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, 내담자의 경험에 깊이 공감할 수 있을 때, 치유를 향한 길이 시작됨을 종종 깨달아 왔기 때문입니다.
이 공감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말을 고민하고 있을 때, 이기주님의 저서, '말의 품격'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. 공감과 가장 닮은 의미의 단어가, '정(情)'이라는 이 작가님의 글 덕분에 '정'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. 감사하게도, 그 속에 제가 상담에서 구현하고 싶었던 많은 의미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.
2. 정(停, 머무름): 잠시 머무르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기
잠시 머무르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기를 소망합니다.
마음은 속도를 늦추고 들여다볼 때 이해될 수 있습니다. 알면서 넘기며 견디거나, 바쁘게 사느라 몰랐던 마음을, 잠시 머무르며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.
3. 정(程,헤아림): 스스로를 헤아리는 동시에 상대와 연결되기
상담을 통해 스스로를 헤아리는 동시에 상대와 연결되도록 돕기를 소망합니다.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입니다. 자기 이해와 수용이 잘 된다면, 타인에 대해서도 역지사지 입장에서 공감적으로 헤아리는 게 가능해집니다. 그렇게 함으로써, 타인과 보다 잘 연결되고, 개인적 삶의 영역은 더 풍성해질 수 있겠지요. 많은 심리적 문제는 약해진 연결감 또는 소외와 깊이 관련되어 있으니까요.
4. 정(靜,고요함),정(淨,깨끗함),정(晶,밝음),정(整,가지런함)
고요해지고, 깨끗해지고 밝아지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. 상담시간은 다양한 정화작용이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. 몰라 주었던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, 그 마음에 머물며, 때로는 눈물이나 울음이 나기도 합니다. 그러는 사이 마음은 맑아지고 고요해집니다. 그 자체가 정돈되는 시간이지요. 그 과정을 상담자로서 온전히 담아내며 함께 할 수 있길 바랍니다.
5. 정(定,정함): 잠시 흔들리던 마음을 회복하고, 다시 마음을 정하기
잠시 흔들리던 마음을 회복하고, 다시 마음을 정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.
중요한 순간에 흔들리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지요. 다만 오래 길어지면, 혼란스러워질 수 있습니다. 흔들림은, 여러 가지 선택지 속에서 경험하는 내적 갈등 속에서 종종 일어나기도 합니다. 이것을 하나씩 하나씩 살피고 만나다 보면, 내게 맞는 결의 선택지가 찾아지지요. 그 과정에서, 우리는 종종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하고요. 찾아진 선택지가 내게 맞음을 확인할 때, 우리의 마음은 정해지고 행동으로 나아가기가 수월해지는 것 같습니다. 그런 시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.
6. 정(鄭,이름) : 상담자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책임질 수 있기
상담자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책임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.
자신의 이름을 걸고 할 때, 우리는 더욱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. 이 정은 제 이름의 한 부분을 아우르는 정이기도 합니다.